2025년 9월 12일

최근 동유럽 지역의 안보 상황이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그 긴장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9월 10일 새벽, 러시아의 무인항공기(드론)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여 폴란드 군에 의해 격추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나토 조약 4조가 긴급 발동되었습니다. 이는 나토 역사상 여덟 번째 발동이자, 나토 회원국 영공에서 회원국 군대가 러시아군 공격 자산의 잔해와 직접적인 교전 상황에 놓인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됩니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우려를 한층 고조시키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냉전 이후 가장 불안정한 유럽 안보 환경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영공 침범을 넘어,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혹은 실수로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에 대한 ‘시험’을 감행했는지 여부입니다. 드론 침범은 폴란드 동부의 비리키 마을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안겼습니다. 우크라이나를 향하던 러시아의 공격형 드론 중 일부가 폴란드 국경을 넘어 침입하자, 폴란드군은 즉각 요격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격추된 드론의 잔해가 비리키 마을의 민가를 덮쳐 주택 지붕이 심하게 파손되고 근처에 주차된 승용차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는 등 적지 않은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마을 주민 우르줄라 자프잘룩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갑자기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 창가로 달려 나갔더니 이웃집 지붕이 통째로 사라진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하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주민들이 느꼈던 공포를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근처 들판에서도 다수의 드론 잔해가 수거되어 당시 작전의 규모와 긴장감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공격형 드론이 주로 이란제 샤헤드-136(러시아 명칭 게란-2) 계열이거나 러시아 자체 개발 드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 드론은 GPS 유도 시스템을 기반으로 저고도 비행을 통해 방공망 회피를 시도하며, 한 번에 여러 대가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에 투입되어 방공 시스템의 과부하를 유도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의 수는 이 같은 공격 전술의 일부였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국가의 영공 침범을 넘어, 나토 집단방위 체제의 핵심 원칙인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조약 5조의 전 단계인 4조를 시험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 드론의 영공 침범을 총 19차례 탐지했으며, 그중 3~4대의 드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동시에 폴란드는 나토에 조약 4조 발동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나토 조약 4조는 회원국이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를 위협받을 경우 다른 동맹국들에게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이는 곧 공동의 안보 위협에 대한 나토 회원국들의 단합된 대응을 모색하는 절차를 의미하며, 외교적, 군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공식적인 채널을 개방하는 것을 뜻합니다. 과거 나토 조약 4조는 여러 차례 발동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3년 터키는 이라크 전쟁 발발을 앞두고 자국 안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4조를 발동했고, 나토는 터키에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조기경보 통제기를 배치한 바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폴란드와 발트해 3국이 러시아의 침략적 태세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4조를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발동은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때 폴란드를 포함한 8개 동유럽 회원국이 4조를 발동한 이래 처음으로, 러시아의 직접적인 공격 자산과의 교전 잔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나토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했습니다. 폴란드 전투기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최첨단 F-35 전투기가 출동하여 영공 방어 작전에 참여했으며, 독일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과 이탈리아의 조기경보 통제기(AWACS)도 지원 병력으로 투입되어 나토의 집단방위 태세를 과시했습니다. 네덜란드 F-35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과 고도의 센서 융합 기술을 통해 광범위한 공역을 감시하고 위협을 식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독일의 패트리엇 시스템은 고성능 레이더와 미사일을 통해 저고도 침투 드론을 요격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이탈리아의 AWACS는 공중에서 지휘 통제 및 조기경보 기능을 제공하여 전체 방어 작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나토 회원국 영공에서 회원국 군대가 러시아군 공격 자산의 잔해와 직접적으로 교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는 나토 동맹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군사 행동으로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나토는 이번 사태를 통해 동맹의 결속력과 상호 방위 능력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각인시켰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동맹의 영토를 침범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러시아에 전달한다"며, "우리는 모든 회원국의 영토와 주권을 수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폴란드 영토를 의도적으로 공격할 계획이 없었다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러시아 국영 뉴스 앵커는 "러시아 국방부는 폴란드 영토 내에 파괴 대상으로 계획된 목표물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고 전하며,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오작동이나 예기치 않은 항로 이탈로 인한 의도치 않은 결과였음을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는 "나토가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며 오히려 나토 측에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의 대비태세를 떠보고 동맹의 단합력을 시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는 드론은 종종 GPS 교란이나 오차로 인해 경로를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드론이 특정 지역을 반복적으로 침범했다는 점은 단순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서방 정보기관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서방의 피로감을 이용해 나토의 약한 고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으며, 소위 '회색 지대'(grey zone) 공격을 통해 나토의 대응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러시아의 이러한 전술은 종종 사이버 공격, 정보전, 비정규군 활용 등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 아닌 방식으로 동맹의 결속을 와해시키려는 시도로 나타납니다.

이번 사건은 동유럽 전반에 걸쳐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매 4년마다 진행하는 대규모 합동 기동훈련인 '자파드(Zapad)'에 버금가는 규모의 훈련을 폴란드 국경 인근에서 시작하여 나토 회원국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번 훈련은 '연합 방패 2025(Union Shield 2025)'로 명명되었으며, 약 10만 명의 병력과 수백 대의 전차, 항공기가 동원되어 폴란드와 발트해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공식적으로 방어적 성격의 훈련임을 주장하지만, 그 규모와 시기, 그리고 훈련 내용이 나토 동맹국들의 영토를 가상으로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도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폴란드는 벨라루스와 접한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는 강경책을 시행했으며, 폴란드 국방부는 추가적인 병력과 감시 자산을 국경 지역에 배치했습니다. 인접국인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역시 일부 영공을 폐쇄하고 국경 경계 수준을 최고 단계로 격상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 사이에 위치한 이른바 '수바우키 회랑'(Suwałki Gap)에 대한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을 상시적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로 이 지역의 안보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해당 지역의 군사적 확전 우려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각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서방국들은 나토 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러시아의 도발 행위를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나토 5조는 신성한 약속이며, 미국은 폴란드를 포함한 모든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외교적 채널을 통한 위기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폴란드의 요청으로 긴급 회의를 소집하여 사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했지만, 러시아는 자국의 행위를 부인하며 서방의 대러시아 비난에 강력히 반발해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한편, 폴란드는 안보 강화를 위해 한국과의 잠재적인 방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국제적인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이미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대규모 한국산 무기를 도입하여 자국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드론 침범 사건은 폴란드가 나토 내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체 방위 역량을 더욱 시급히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동유럽 안보 지형에서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번 나토 조약 4조 발동 사건은 동유럽 안보 환경의 취약성과 함께 나토 집단방위 체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러시아의 계속되는 도발과 나토의 단호한 대응이 충돌하는 가운데, 지역 내 긴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대리 전쟁'(proxy war) 피로감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의도적인 '안전거리 침범'(safe distance encroachment)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동맹국 간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확전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정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와 지혜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특히 나토는 러시아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우발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강력한 억지력과 함께 유연한 위기 관리 메커니즘을 동시에 가동해야 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안보 아키텍처 재편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용어해석

• 나토 조약 4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를 위협받을 경우 다른 동맹국들과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이는 무력 공격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의미하는 5조 이전에 동맹국 간의 정치적 협의를 통해 위협에 대한 공동의 입장을 조율하는 절차입니다.
• 확전 우려: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이나 갈등이 더 큰 범위로 확대되거나, 강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나 두려움을 의미합니다. 특히 군사적 충돌이 국지전을 넘어 인접 국가나 전 세계적인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나타냅니다.
• 집단방위: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을 모든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여, 모든 동맹국이 해당 공격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안보 체제입니다. 나토 조약 5조에 명시된 핵심 원칙으로, 동맹의 핵심적인 존재 이유입니다.
• 영공 침범: 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 상공에 다른 국가의 항공기나 무인 비행체(드론)가 사전 허가 없이 진입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는 국제법상 주권 침해 행위로 간주되며, 심각한 외교적, 군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방공 시스템: 적국의 항공기, 미사일, 드론 등 공중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영토와 중요 시설을 방어하기 위해 구축된 무기 및 감시 체계를 총칭합니다. 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전투기 요격 등이 포함됩니다.

TAG

#나토조약4조, #폴란드영공침범, #러시아드론, #확전우려, #동유럽안보, #집단방위, #나토대응, #러시아벨라루스훈련, #한폴방산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