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09.12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우방국 중 하나로 여겨져 온 독일이 중동 정책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은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입장 변화를 넘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책임 아래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해왔던 독일의 오랜 외교적 기조에 근본적인 재고가 이루어졌음을 시사합니다. 가자지구에서의 극심한 인도주의적 위기와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군사 작전이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독일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동 평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독일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특별하고 복잡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즉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깊은 반성과 책임감은 전후 독일 외교 정책의 핵심 축을 형성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독일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자국의 '국가 이성(Staatsräson)'으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의 존재와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습니다. 수십 년간 독일은 이스라엘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했으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움직임에 대해 보호막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엔에서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의안이 상정될 때마다 독일은 대개 반대하거나 기권표를 던지며 이스라엘과의 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심지어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보다도 더 확고한 지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확고한 지지 기조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한동안 유지되었으며, 지난 7월 유럽연합(EU)과 25개국이 가자지구 민간인 구호와 종전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에 동참했을 때도 독일은 미국과 함께 불참하며 이스라엘의 입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에 독일이 지지하기로 한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가장 현실적이고 광범위하게 지지받는 해결 방안으로 인식됩니다. 이 해법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기 독립적인 주권 국가를 건설하고, 평화롭고 안전하게 공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을 중단하며,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와 양측의 안보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42호 등 다수의 국제법적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 해법만이 장기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 1990년대 오슬로 협정 등 여러 차례의 평화 협상이 이 해법을 기반으로 시도되었으나, 핵심 쟁점들에 대한 합의 실패와 지속적인 폭력 사태로 인해 최종적인 타결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가자지구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 해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이 같은 외교 정책 전환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하지만, 그중에서도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전례 없이 폭격한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전례 없이 폭격한 것은 독일 정부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광범위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은 단순히 군사적 행동을 넘어, 주요 중재국이자 이 지역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카타르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식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점차 확전되고 있으며,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넘어선다는 비판에 힘을 실었습니다. 독일은 그간 이스라엘의 안보를 최우선시하면서도, 민간인 보호와 국제법 준수를 강조해왔습니다. 도하 공습은 이러한 독일의 인내심과 원칙을 시험하는 중대한 사건이었고, 결국 독일 정부가 기존의 정책 기조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가자지구는 식량, 물, 의약품 부족으로 기아와 질병이 만연한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3만 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독일이 지지하기로 한 유엔 결의안은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마련된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두 국가 해법 이행에 관한 뉴욕 선언'을 채택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뉴욕 선언'은 지난 7월에 발표된 것으로, 두 국가 해법의 이행 지지를 비롯해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 민간인 공격 규탄, 그리고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나아가 이 선언은 전후 가자지구의 재건과 장기적인 안정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선언을 주도한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각 유럽과 중동에서 중요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로서, 이들의 연합은 중동 평화 해법 모색에 있어 균형 잡힌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 구성원들의 폭넓은 합의와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독일의 찬성표는 이 결의안의 국제적 정당성과 추진력에 상당한 무게를 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입장은 여전히 신중함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은 '두 국가 해법'이라는 원칙적인 해결 방안을 지지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인정'과 '난민 귀환권'에 대해서는 기존의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국제법에서 단순히 현상 유지를 서술하고 있는 그러한 결의안을 지지할 것"이라며, "독일은 언제나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틀 전 독일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시기가 왔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독일이 평화 협상을 통한 점진적인 해법을 선호하며, 일방적인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거나 평화 프로세스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7월 독일 정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두 국가 해법의 실현으로 가는 최종 단계 중 하나"라며 단기간 내에 팔레스타인을 인정할 계획은 없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신중한 접근은 이스라엘과의 오랜 신뢰 관계를 한순간에 저버릴 수 없다는 독일의 현실적인 외교적 고려도 담겨 있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되고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법' 지지 및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러시아, 중국, 스페인을 포함한 147개국이 이미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까지 이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과 국제법 위반 논란에 대한 도덕적, 인도주의적 책임감을 느끼며 정책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 내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던 유럽 국가들의 외교적 자율성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과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의 합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법적 압력 또한 각국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력과 새로운 흐름은 독일에게도 상당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독일의 이번 외교 정책 전환은 중동 평화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의 대외 정책, 나아가 미국과의 관계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행동에 비판적이었던 국가들은 독일의 선회를 환영하며,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할 것을 더욱 강력히 촉구할 것입니다. EU 내에서는 대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통일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유럽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여전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미묘한 긴장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지만,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평화 협상을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자지구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는 독일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기아와 질병의 확산에 직면해 있으며,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민간인 수는 공식적으로 3만 5천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구의 80% 이상인 약 190만 명이 강제로 거주지를 떠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으며, 깨끗한 물과 식량, 기본적인 위생 시설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전염병 창궐의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은 국제사회의 도덕적,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중요한 동기가 되었고, 독일의 이번 정책 변화도 이러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심각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엔 헌장과 국제 인도주의법에 따라 민간인 보호와 인도적 지원은 모든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이며, 독일은 이러한 국제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외교적 행보를 취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독일의 '두 국가 해법' 지지 선회는 중동 분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합의를 반영하며, 향후 평화 구축 노력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외교 정책 변화를 넘어, 역사적 책임감과 현실적인 국제 정세를 조화시키려는 독일의 고뇌와 결단이 담겨 있습니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잊지 않으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인도주의적 위기와 국제법 위반 논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독일의 이번 행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국제사회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른 주저하는 국가들에게도 유사한 정책 변화를 고려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향한 국제적 연대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며, 독일의 이번 결정이 지속적인 평화 구축 노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합니다.

용어해석

• 두 국가 해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이전의 국경을 기준으로 각각 독립적인 주권 국가를 수립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의미합니다.
• 국가 이성 (Staatsräson): 국가의 존립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치 원칙으로, 특히 독일의 이스라엘 지지 정책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 유엔 결의안: 유엔 회원국들이 특정 안건에 대해 표결을 통해 채택하는 공식적인 입장이나 결정으로, 유엔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강력한 정치적 의미를 가집니다.
• 뉴욕 선언: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마련된 선언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 두 국가 해법 이행 지지, 가자지구 전쟁 종식 및 민간인 보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 가자지구: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으로,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이며, 현재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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