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년 9월 14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스타트업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이 대기업의 '달콤한 유혹' 뒤에 가려진 기술탈취라는 불공정한 현실에 직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성공적인 법적 대응으로 기술 보호의 중요한 선례를 남긴 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통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공정한 협력 관계 구축 및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혁신 기술로 주목받은 스타트업 '알고케어': 개인 맞춤형 영양제 시장 개척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영양제 추천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 알고케어입니다.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는 2020년,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그에 최적화된 영양제를 실시간으로 제조, 제공하는 혁신적인 기계를 선보였습니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식습관, 생활 방식, 유전적 특성, 심지어는 스트레스 수준까지 고려하여 필요한 영양 성분을 정확하게 조합해주는 방식으로, 기존 영양제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연이어 혁신상을 수상하며 그 기술력과 시장 잠재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며,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알고케어의 기술은 단순히 영양제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맞춤형 헬스케어의 미래를 구현할 핵심 기술로 각광받았습니다.

대기업 롯데의 협업 제안: 기대와 신뢰 속 핵심 기술 공개

알고케어의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의 주목을 받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그룹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롯데그룹은 당시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었으며, 알고케어의 개인 맞춤형 영양제 시스템이 자사의 신규 사업 추진에 중요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롯데 측은 정지원 대표에게 공식적인 협업을 제안했고, 양사 간의 실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기업과의 협력은 기술 상용화와 시장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알고케어 역시 롯데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더욱 발전시키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이에 정 대표는 롯데 측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사의 핵심 기술 정보, 개발 과정의 노하우, 사업 계획 등 민감한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상세히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종종 대기업의 명성과 자본력에 대한 신뢰로 인해 자사의 귀중한 지식재산권과 기술을 충분한 보호 장치 없이 공개하게 되는 위험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협력 제안의 돌변: 단순 납품 요구와 대기업의 유사 제품 출시

그러나 롯데의 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초 '전략적 협업'을 제안했던 롯데는 논의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알고케어에 '완제품을 개발하여 롯데에 납품해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하청 업체로 전락하라는 압박과 다름없었으며, 알고케어가 기대했던 동등한 입장에서의 기술 협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을 습득한 후, 당초 약속했던 협력 관계를 파기하고 단순한 납품 관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결국 이 제안은 알고케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기에 양측 간의 거래는 무산되었고, 협력 논의는 최종 결렬되었습니다. 충격과 실망 속에서도 정 대표는 다시 본연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롯데와의 협의가 중단된 지 약 1년 반이 지난 후,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제품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개인 맞춤형 영양제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시장에 출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알고케어의 기술을 바탕으로 유사 제품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정지원 대표에게는 큰 배신감과 함께 사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법으로는 대기업 이길 수 없다": 스타트업의 외로운 싸움 시작

롯데헬스케어의 유사 제품 출시는 알고케어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정지원 대표는 즉시 롯데 측에 항의했지만, 롯데는 "해외에 이미 유사한 사업 모델이 존재하므로 기술탈취가 아니다"라며 자신들의 행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알고케어는 롯데가 자사와의 협력 논의 과정에서 취득한 핵심 기술 정보를 활용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에 정 대표는 "제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법으로는 대기업을 절대 이길 수 없다"며 힘겨운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력과 법률 팀에 비해 스타트업은 법률 자문 비용과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술탈취 소송에서는 피해를 입은 기업이 가해 기업의 고의성과 피해 발생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이메일이나 개발 자료에서 저희 제품을 얼마나 참고했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런데 그걸 피해 기업이 입증을 해야 하거든요"라는 정 대표의 말처럼, 대기업 내부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은 증거 확보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언론과 정치권의 조명: 여론의 힘으로 얻어낸 극적인 반전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정지원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법적 대응과 함께 언론사에 적극적으로 제보하여 사건의 부당함을 알리고, 국회와 중소벤처기업부에 호소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언론의 보도는 기술탈취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SBS를 비롯한 주요 언론 매체들은 알고케어의 사례를 비중 있게 다루며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론의 압박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이끌어냈고, 국회는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또한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한 기관으로서 양측의 중재에 나섰습니다. 정부 부처와 국회의 적극적인 개입은 롯데 측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으며, 결국 롯데는 끊임없는 논란과 사회적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해당 유사 사업을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는 스타트업이 오직 법적 싸움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언론과 사회적 관심, 그리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중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습니다. 이처럼 다방면의 노력을 통해 정 대표는 대기업의 그림자 속에서 어렵게 자사의 지식재산권과 기술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기술탈취 분쟁의 현주소와 제도적 개선의 목소리

알고케어 사례는 대기업의 기술탈취로부터 스타트업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등 관련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액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액은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하며, 이는 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이 중 상당수는 대기업과의 협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률 및 제도만으로는 스타트업의 지식재산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기술탈취 분쟁의 경우, 피해 입증의 어려움과 소송 장기화로 인한 막대한 비용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이 소송을 포기하거나 불리한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기술탈취 가해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소송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 관련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위한 중재 시스템을 더욱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달콤한 유혹'에 대한 현명한 대처법

이번 기술탈취 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정지원 대표는 다른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습니다. "대기업에서의 제안이니까, 너무 달콤하니까 일단 해보자 이런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협업할 수 있는 포인트가 명확하게 나오면 그다음에 (기술이나 자료를) 공유해야 할 것 같아요." 정 대표의 이 말은 대기업과의 협력 제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합니다. 첫째, 비밀유지협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 체결은 필수입니다. 단순히 양해각서(MOU)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비밀 정보의 범위, 사용 목적, 공개 기간, 위반 시 책임 등을 명시해야 합니다. 둘째, 기술 공개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전체 기술의 핵심이 아닌 부분적인 정보만을 제공하고, 신뢰가 구축된 이후에 점진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셋째, 지식재산권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권 등 가능한 모든 지식재산권을 미리 등록하여 법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의 계약 체결 시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여 계약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불공정한 조항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모두의 노력

기술탈취 문제는 단순히 피해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혁신 동력을 저해하고 건전한 시장 경제를 왜곡하는 심각한 도전 과제입니다. 이번 알고케어 사례는 스타트업이 고난 속에서도 끈질기게 싸워 기술을 지켜낸 감동적인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불공정한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나 자신들의 사업 확장을 위한 도구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동반 성장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상생 협력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정부와 사법부는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 더욱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피해 기업이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스타트업 스스로도 기술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이처럼 모든 경제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할 때, 비로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꽃피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고케어의 승리는 개별 기업의 승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용어해석

• 기술탈취: 기업이 다른 기업의 기술을 부당하게 획득하거나 사용하는 행위. 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불법적으로 모방하거나 가로채는 경우에 사용됩니다.
• 스타트업: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립된 신생 벤처기업을 의미하며, 주로 빠르게 성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 지식재산권: 인간의 정신적 창작 활동의 결과물에 대해 부여하는 법적 권리.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디자인권, 영업비밀 등이 포함됩니다.
• 알고케어: 본 기사에 언급된, 인공지능 기반 개인 맞춤형 영양제 추천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의 이름입니다.
• 롯데헬스케어: 롯데그룹의 계열사로, 본 기사에서 알고케어의 제품과 유사한 사업을 추진했던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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